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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hi.anna 2018. 6. 1. 23:20


드디어 영화 '동주'를 보았다.



지금은 책을 잘 읽지 않지만, 어릴 때는 집안의 책이란 책은 모조리 읽어 제끼곤 했었다.

심지어, 고모집에 가면 언니 오빠들의 교과서까지 모두 읽곤 했었다.

지금은 어디에 가도 책이 많고, 컴퓨터, 핸드폰 등등 놀거리가 많지만 

옛날에는 그렇지 않아서 심심하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할머니 집에서 뒹굴 거리던 어느 날,

막내 이모가 쓰던 방을 기웃거리며 읽을 책을 찾다가 '시집'을 한 권 골라들었다.

여러 책 중 그 책을 골랐던 이유는 아마도 삽화가 가장 많고, 글씨가 컸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나는 작은 글씨가 빽빽한 이모의 소설책을 읽기에는 아직 어린 초딩이었으니까.


그 시집의 첫 시가 바로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이었고,

왠지 그 때 읽었던, 그 시는 지금도 내 기억에 남아있다.


너무 어려웠던 다른 시들과는 다르게

문체가 산문체라서 좀 더 쉽게 읽혔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시인의 이름이 너무 예뻤고 (지금 보니 남자이지만..)

'패, 경, 옥'이라는 이름들이 왜 이국적인건지 의아했고,

'북간도'가 어디인지 궁금했고,

왜 갑자기 '어머니'가 나오는지 좀 의아했지만,

이 글을 읽으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생각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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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영화 <동주>를 보았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아픈 시대에 살고 있는 동주는

시를 사랑하고, 또 시를 사랑하던 시인이었다.


시를 사랑하지만

아픈 시대에 살고 있기에

시를 사랑하고, 시를 쓰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자책과 고민.

그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시인 윤동주의 아픔이 

시에 가득 담겨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광복을 얼마 앞두고, 광복을 채 보지도 못한채

그가 사랑하던 하늘의 별이 된 시인 윤동주.

그의 시는 자책과 괴로움으로 가득차 있지만,

그는 알까?

그의 시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가슴을 울리고 있다는 것을.


그가 좀 더 살아서 더 많은 시를 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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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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