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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글자전쟁', 한자에 대하여

hi.anna 2018. 1. 6. 16:53


김진명의 '글자전쟁', 한자에 대하여


글자전쟁
국내도서
저자 : 김진명
출판 : 새움 201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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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릴 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재미있게 읽었지만,

어릴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민족주의적이다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말로 너무 국뽕이라고 생각했다.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집어든 '글자 전쟁'이라는 책은

한자라는 주제로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이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소설적 허구인지 너무 궁금했다.

아마도 이런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어서

나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국뽕이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용의 사실 여부는 내가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어서 판단할 수 없지만,

책의 내용은 매우 몰입감 있었다.




그리고, 한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을 보면서 

예전에 상해임시정부에 갔을 때의 일이 생각났다.

상해임시정부 건물 안에는 그때의 문서들이나 편지같은 것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모두 한자로 적혀있었고,

당연히 나는 그 문서나 책들을 대충 훓어만보고 쓱쓱 지나갔다.

그게 너무 당연했다.

원래 박물관 같은 곳에 전시된 옛날 문서같은 것들은 읽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

아니다. 읽지 못하는 것이다. 한자니까!

그런데!

상해임시정부를 관람하던 중국인들은 그 문서와 편지들을 읽어보고 있었다!

중국에서는 한자를 사용하므로(간체자를 사용하지만..그래도..) 당연한 일이지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 일이었다.


우리 나라의 독립 운동 기록을 나는 해석하지 못하는데, 중국인들은 해석을 하다니..

우리는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인 책들을 누군가 해석해서 한글로 만들어 주기 전까지 읽지 못한다.

한자라는 벽 때문에, 읽어볼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는 우리 역사의 자료들을 읽지 못하고, 해석하지 못한다.


이 사실이 나에게는 좀 충격적이었다.

이 때 나는 한자에 대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자를 좀 알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자를 배우긴 배웠지만,

중요과목도 아니고, 그냥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위해 벼락치기로 한자를 외웠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한자를 잘 모른다.

아주 어릴 때는 신문에 주요 글자들이 한자로만 표기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신문을 제대로 읽을 수 없었고,

그래서 한자가 싫었고, 신문도 싫었다.

한자 사용은 사람들간의 의사소통을 가로막는 고루한 문화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면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



주제에서 약간 벗어나서 한자에 대한 나의 생각을 주저리 주저리 책 후기에 썼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은 정말 엄청나다.

즐겨보던 JTBC의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에 나오는 중국인 패널만 보고 있어도

어떤 부분에서는 코웃음이 쳐질 정도로 

세상의 중심은 중국, 세계 최강 중국이라는 그들의 중화사상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중국이 부르짖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사상으로

대만 및 기타 소수민족들의 독립 요구를 일축하고 있는 그들이고 보면

소설 속의 내용이 소설적 상상력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때는 마냥 너무 민족주의적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소설이

지금은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여러가지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던 것 같다.

그래도 소설 내용 속의 지나친 애국심은 좀 정제를 해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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