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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4 이탈리아

[이탈리아/나폴리] 나폴리 지하동굴 Sotterranea

hi.anna 2014. 12. 14. 01:14

나폴리가 위험하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출발하기 전 나폴리에 대한 정보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어차피 시간이 없어서 정보 많은 로마, 피렌체도 세세한 것까지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었지만, 나폴리는 여행책에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지 않을 정도여서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도시였다. 다만, 내가 나폴리에 간 이유는 때마침 열리는 피자페스티벌 때문이었다. 저녁에는 잠깐 피자 페스티벌에 가서 진짜 나폴리 피자를 먹고, 낮에는 나폴리를 기점 삼아 아말피 코스트와 카프리를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 도시에 하루를 더 머물기 위해 수수료를 물어가며 기차표를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폴리는 지금도 너무 아쉽고, 그리운 도시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름다운 도시 나폴리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지하 동굴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한다.



napoli sotterranea

(http://www.napolisotterranea.org/en/)


느즈막히 도착한 호스텔에서, 호스텔 언니는 나를 붙들고 지도에 형광펜으로 죽죽 표시를 해가며 나폴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자랑스레 나폴리를 소개해 주는 언니의 얘기를 듣긴 듣지만, 나는 어차피 카프리와 아말피를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리 진지하게 언니의 말을 귀담아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라? 이건 뭐지? 싶었던 것이 이 Sotterranea이다. 도심 한복판에 지하동굴이라니!! 아말피와 카프리를 모두 다녀온 마지막 날, 나는 예매해 놓은 로마행 기차표를 다음날로 바꿨다. 



Sotterranea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따라서, 가이드 투어 시간에 맞추어 이 곳에 도착해야 한다.

이탈리아어 가이드는 10시부터 18시까지 매 2시간마다 한번씩, 영어가이드는 10시, 14시에 입장할 수 있다. 총 2시간여가 소요된다. 


이 곳은 나폴리의 구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그 옆들은 다 평범한 집, 그리고 레스토랑들이다. 이런 곳에 지하 동굴이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이 지하동굴은 지금으로부터 5000년전에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그리스인(Greeks)들이 나폴리의 성벽과 사원을 건축하기 위해 많은 양의 석회암을 채취하기 시작했고, 이곳을 지하무덤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로마의 Augustan 시대에는, 이 곳에 수로와 지하터널이 만들어졌다. 지하터널은 PiediGrotta산을 오르지 않고 그 곳을 지나갈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1600년대 초, 도시가 확대되면서 이곳에 저장되는 물이 충분하지 않자, 1629년에 새로운 수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1900년대 경에는 더 좋은 수로 시스템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 지하동굴은 더 이상 이용되지 않다가, 세계2차 대전시에 이곳은 대피소로 이용되었다. 지금은 지하 동굴의 많은 곳들이 많이 막혀있다고 한다.


이러한 내용을 몰라도, 그리고 가이드가 하는 말을 100%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냥 그곳을 눈으로 보고 가이드의 말에 열심히 귀 기울이면 대충 짐작이 가니, 영어 가이드라고 해서 걱정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영어 가이드로 투어를 신청하여 티켓을 끊고(유료임. 가격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투어시간에 맞춰 가이드와 투어팀과 함께 지하로 쭉쭉쭉쭉 내려갔다. 그곳은 정말 깊고 넓었다. 2시간짜리 투어라니 지하 동굴의 크기를 짐작 할 만 하다. 그리고 엄청 서늘해서 춥기까지 했고, 바닥은 습기로 좀 미끄러워서 조심해야 했다. 

우리 가이드는 대학생 또래쯤 되는 젊은 남자였는데, 말이 엄청 빠르고, 발도 엄청 빠랐지만, 엄청 귀여웠다. 나는 가이드를 귀여워하고, 가이드는 투어팀의 꼬맹이들을 귀여워하고. ㅋㅋ 하여튼, 투어는 흥미진진했다. 아마도, 내가 이곳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더 재미있고, 신기했던 것 같다. 석회암 채굴 방법 재현해 놓은 곳, 물을 저장해 놓은 수로, 2차대전 시 사람들의 흔적 등등. 그 중 수로를 보기 위해 이동할 때 매우 어둡고, 좁은 공간을 촛불을 들고 이동하게 되는데, 이 체험이 너무 흥미로웠다. 뭔가 탐험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할까? 나와서 생각해보니 그냥 그곳에 전등을 달아 놓았어도 되고, 손전등을 지급했어도 되었을 텐데 고대 로마인들이 된 기분을 느껴보라고 일부러 촛불을 사용했던 것 같다. 


지하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오니, 이제 해산인 줄 알았는데 가이드가 또 어디론가 우리를 데려갔다. 구시가지를 다 같이 지나지나, 어느 골목의 평범한 집 앞에 우리를 데리고 가더니, 그 집 안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별다를 것이 없는 그냥 집이었는데, 짜짠!! 가이드는 그곳이 로만 씨어터(Roman Theatre)라고 했다. 네로 황제가 이곳에서 공연을 했다고 한다. 이곳은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집이었는데 그 곳에서 가이드가 우리를 로만 씨어터로 안내하는 방법은 비밀이다!! 이 글을 보고 그 곳에 가시는 분들도 내가 느낀 오오오오!!하면서도 피식하는 기분을 느껴야 하니까.  이 곳을 나오면서 가이드는 Sotterranea입장권으로 할인 가능한 피자집도 알려주었다.


이렇게 두시간여의 투어가 끝이 났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했다. 도심 깊숙히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 고대에 만들어진 거대한 지하공간이 있는데 나는 들어보지도 못했다는 것, 로만 씨어터의 윗집에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살고 있다는 것 등. 신기하고 신나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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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사진을 많이 넣지 않았다. 그곳에 직접가서 보는 즐거움을 빼앗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도 정 궁금하다면 위에 링크해놓은 홈페이지를 찾아가거나, 구글에 'napoli sotterranea'를 검색하면 많은 사진을 볼 수 있다.


위치는 Dante역에서 10여분 걸어간 곳에 위치한다. 근처에 Duomo, 박물관, 유명한 피자집들이 많이 있어서, 관광 동선도 좋은 편이다.

Google에서 'Napoli Sotterranea'를 검색하거나 'Piazza San Gaetano 68 Napoli'를 검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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