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내일

쿠바 여행 리뷰 본문

여행/2017 쿠바, 칸쿤

쿠바 여행 리뷰

hi.anna 2017. 5. 14. 09:03


쿠바.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는데

올해 소원풀이했다!!



쿠바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어느 블로그에서 본 형형색색의 예쁜 올드카들을 보고 나서였다.

그렇게 알게된 쿠바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체게바라, 혁명, 올드카, 사회주의, 의료천국...

목숨 걸고, 피 흘려 쟁취한 혁명의 결과로,

쿠바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어떻게 살고 있을까. 

너무 궁금했다.


카스트로의 사망

미국의 금수조치 해제

빨리 쿠바에 가지 않으면 외부와 단절된, 갈라파고스 같은 쿠바의 모습을 점점 잃어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부랴부랴 올 한해 휴가를 쏟아 부어 쿠바에 다녀왔다.



삶은 현실이다

이상과 환상을 쫓아, 

그 곳엔 우리에겐 없는, 자본주의에는 없는, 혁명의 순수한 뭔가가 있을거라는 기대를 품고 쿠바에 갔지만

삶은 현실이었다.

그런 것을 꿈 꾼 내가 순수한 것이었을지도..


예쁘게만 보였던 알록달록한 올드카들은

요즘 서울의 미세먼지 따위는 우스울 만큼 시커먼 매연을 내뿜고 있었다.

앞차가 내뿜는 시커먼 매연과 내가 탄 차에서 새어나오는 휘발유 냄새에 

내 속은 울렁울렁. 따가움으로 눈에서는 눈물이 줄줄.ㅠ


숙소에 물은 단수되기 일쑤여서 화장실도 마음껏 갈수 없고, 씻는 것도 너무 힘들고.

(아마 다른 숙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내가 지낸 숙소가 유독...)


길거리에는 개똥 가득. 샌들 신고 발을 잘 못 디디면 그냥 끝나는거야.ㅠㅠ


지방으로 가는 버스는 매우 부족하여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콜렉티보(합승) 택시에 꼼짝없이 낑겨서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액센트만한 소형차에 5명을 꽉꽉 채우고 4시간 5시간을 달려간다.

달리는 자동차로 들어오는 매연과 휘발유 냄새는 당연하고,

엉덩이는 뽀개질 것 같은데, 올드카 아니고 신형 소형차면 행운인거라는 다른 여행자들의 말..ㅠㅠ


관광객이면, 조금만 어리숙하면 사기는 당하는 거다.

(주로, 돈을 비싸게 받는다. 나중에는 미리미리 대비하게 되지만, 처음에 당하면 억울 ㅠㅠ)


인터넷을 하려면 와이파이가 되는 인터넷 공원을 찾아가야 하고, 속도도 빠르지 않은데,

심지어 가족들과 연락하기 위해 시도한 카톡은

차단 되었는지 먹통.


맛있는 것 따위.

음식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쿠바에서는 그냥 계란 끼운 빵과 야채 또는 피자, 그리고 망고쥬스.

(그러나 먹을 땐 또 맛있게 먹음..ㅋㅋ)


사회주의의 순수함을 기대하고 갔지만

길거리엔 미국, 캐나다 관광객 바글바글.

모두다 돈돈돈.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 국가 같은 아바나의 거리 모습.


아바나에서 지내는 며칠이 나는 너무 괴로웠고,

어서 빨리 출국날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오기전에 가졌던 환상은 와장창 깨진지 오래고..

난 여기서는 너무 힘들어서 못살겠다...라고 생각했다.


**


쿠바에 가기 전에는

"조금 불편해도 괜찮아.

인터넷? 잠깐 참으면 되고,

단수? 물 나올 때 씻으면 되고,

개똥? 조심해야지 뭐.

차 불편한거? 몇시간이나 탄다고.. 좀 참지 뭐."


"쿠바사람들은 행복할꺼야.

경쟁에 내몰리지 않아도 되고, 의료 천국이고, 

음식도 모두 유기농이고, 돈돈 거리지 않아도 되고.."


이게 얼마나..... '누릴거 다 누리는 자'의 감상이었는지...


매캐한 자동차 매연은 둘째치고라도,

고속도로 여기저기에 널려 있는 찢어진 타이어 조각들을 보면서는 

그런 한가한 생각은 할 수 없었다.


**


안좋은 이야기들만 잔뜩 썼지만,

어느 곳이든 안 좋기만 할리는 없다.

사실 위에 적은 불평불만들은 모두 쿠바라기보다는 아바나다.


아바나 말고 지방 도시들은 정말 나의 취향 저격.

기본적으로 차들이 낡아서 매연은 있지만, 차가 많지 않아서 괜찮았고,

랍스터도 엄청 싼 가격으로 배불리 먹었고,

숙소는 물도 잘 나오고, 깨끗하고, 친절하고, 편안했다.

그냥 내 영혼이 쉬고 왔달까..ㅎㅎ


**


이번 여행으로 나는 나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었는데,

이제 이런 하드코어 여행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

나는 불편한 것을 싫어한다는 것. 

인도도 가보고 싶었지만, 다시 한번 고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편안함과 편리함에 익숙한 나에게는 너무 힘든 여행이었지만,

쿠바를 사랑하는 여행자들은 너무나 많다.

매력있는 곳이지만, 그냥 나와 잘 맞지 않을 뿐.


**


좋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여행이었다.

만족스러웠던, 만족스럽지 않았던

꼭 한번은 쿠바에 가야했는데 일단은 미션 클리어!


위에 실컷 안좋은 얘기들만 써 놓았지만

아바나 말고, 가보지 못한 쿠바의 다른 곳들은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반응형
Comments